처음 공간 설계 의뢰가 들어 왔을 때에는 위의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방 2칸에 대한 디자인이었다.
한정된 후원비용 때문에 방 2칸 정도만 창의공간으로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직접 공간을 확인 한 후 판단해 보겠다고 말씀드리고 현장에서 미팅을 하였다.
현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석면이 함유된 천장텍스였다.
인테리어 공사를 한 번 했었던 것처럼 보였는데,
석면천장은 그대로 존치되어 있었다.
그 전에 인테리어 공사를 했을 때도 분명 문제가 되었을텐데?
아직 남아있는 부분이 꺼림직했다.
일단 석면텍스 천장 전체를 없애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공간에 대한 계획과 방향은 청소년 친구들과 워크샵을 진행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공간관찰, 도면그려보기, 단어로 생각해보기, 모형만들기, 토론 및 발표를 통해,
청소년들이 원하는 공간과 생각이 담겨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여자친구들은 주로 쉴 수 있고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남자친구들은 오로지 농구장이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의 생각을 발전시켜,
다양한 기능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였다.
교육도 받고 책도 읽으며 영화도 보고 먹을 수도 있는… 틈틈이 쉬기도 하며 농구도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창의 커뮤니티 공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6평 남짓한 방 2칸만 가지고는 무리가 있어보였다.
우리팀은 중대한 결심을 하였다.
방 4칸과 거실을 포함한 25평의 공간 전체를 계획하여 보여주자고….
석면제거를 포함한 25평 전체를 공사하겠다고 발주처에게 말했다.
하지만 후원금을 갑자기 늘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나마 다행히도 석면제거에 대한 비용은 건강에 대한 문제이니
별도로 지원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최대한 공정을 줄여 예산된 범위 안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다시 계획을 세웠다.
그렇지만, 아무리 비용을 줄이고 계산해도 물리적인 면적과 업체이윤을 고려한다면,
시공사에서 공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 팀이 직접 공사를 하기에는 사실 너무 큰 부담이었고 모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욕심을 부리기로 마음 먹었다.
정 안되면 기부하는 마음으로 나의 비용을 조금 들여서라도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거도 내가 하고, 페인트도 칠하고, 전기 등기구도 내가 달고, 목수님도 도와주고….
뭐 천천히 하면 되겠지…라고 마음을 추스렸다.
아~~ 다시는 직접 공사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는데… 또 시작이구나..ㅎㅎ
어쩌면 곧 청소년이 될 우리 딸들이 마음속으로 나를 응원해 줘서 인지도 모르겠다…
석면철거 작업은 정말 중요하고 꼼꼼하게 해야한다.
석면이 폐로 한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조심조심 꼼꼼하게 철거를 진행해야 한다.
석면철거가 끝나고 공간 철거를 진행하였다.
다행히 사무실 옆에 공사하고 계시는 소장님께서
우리의 사정을 들으시고,
정말 업계 최저가로 철거를 진행해주셨다.
아이들에게 자기가 직접 만든 책상을 가지게 하고 싶었다.
그럼 조금 더 애착이 생기기도 하고,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가구가 생기는 거니까…
여러가지 좋은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무 재단은 목수님이 하셨지만,
조립, 사포질, 스테인을 바르는 작업은 아이들이 각자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주말마다 일을 하고 있는 아빠가 안쓰러웠는지…
우리 딸들도 와서 일을 거들어 주었다.
사포질도 시키고 스테인도 바르게 하였다.
재미있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현장체험학습 그런거지 뭐…..
수십 년 전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 어느 작업자가 빠트린 펜을 발견하였다.
마치 유물을 발견한듯한 기쁨이 있었다. ㅎ
어느날 아침 창으로 비춰진 햇살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3주동안 달려온 피로감이 조금 씻겨 내려갔다.
방을 없애길 잘했어…라고 혼잣말이 나왔다.
목공작업이 끝나고….드디어 축제의 날이다…
선생님과 청소년 친구들 모두가 달려들어… 보이는 나무에 스테인을 발랐다.
머릿속 상상대로 서로 웃고 떠들며, 하얀 나무속살을 썬텐하듯이 바르고 있는 모습이란…
참으로 훈훈했었다. 각자 생각들은 다르겠지만…..
스스로 만드는 공간… 서로가 애착이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게 너무 근사한 일이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사가 낯설고 서툴러도…..
땀과 에너지를 발산하며 만들어간다는 게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 작업을 직접 공사하기로 마음 먹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2주 넘게 현장에서 숙식을 하며 성심성의껏 도와주신 최목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에는 나의 무리한 욕심으로 목수님을 너무 힘들게 한 거 같아 죄송스런 마음이었다…
마지막 한주는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졌다.
아 정말 시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숙련된 작업자분들 다들 존중받으셔야 하는구나…
처음 시공해 보는 그물네트라던지 셋트앙카, 스트롱앙카는 정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ㅎ
바닥재가 깔리던 날…. 한시름 놓였다.
이제 더이상 비용이 들어갈 곳도 눈에 안 보이고,
정말 한정된 예산으로 이렇게 만들다니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계획된 다양한 책상 배치를 통해 소규모 모임, 대규모 모임, 각자의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공부하고, 쉬기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이야기하는 모습들…
장난 같았던 농구대를 설치하였더니 아이들이 모여들어 슛도하고 작은 게임도 하며 지켜보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공간이 사용되어져 뿌리내리고 있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위안을 삼기로 했다.
한달 간의 공사... 힘들었고… 나의 한계도 느껴졌고….
여러가지 생각도 했었고…. 많은 사람들과 생각도 교환했고….
사무실의 다른 일을 잔뜩 미뤄놓기도 했던….
2021년 10월이 그렇게 지나갔다….